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The Boy and the Heron (소년과 왜가리)
2023
그간 부동의 지브리 최애작이던 붉은 돼지를 제치고 최애작 갱신.
근데... 솔직히 영화가 난해하지도 않았거든
근데 지금 미야옹이 군수산업으로 돈 번 일본인주제에 반전주의 운운하는 게 기분나쁘다고 얘기나온다는 건
진짜 이 정도도 생각하기 싫다는 거구나..
플라워 킬링 문 봤을 때도 느꼈지만 세계대전 주축 전범국에서 전쟁으로 돈을 벌며 부유하게 살아오면서/미국 자본주의의 기반을 다진 백인으로 살아오면서, 어떠한 역사 안에서 자의는 아니지만 수혜받은 사람의 위치에 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게 있고 무게감이라는 게 있음. 그걸 단순히 '이 사람은 수혜받은 위치에 섰기 때문에 무조건 이 작품은 나쁘다.' 라고 해버린다면 나쁜건 니머리겠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음
왜냐면 애초에 두 할배의 두 작품 다 내수용이고...
계속 기억해야 한다면서 창작물로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기억에 남느냔 말입니다요.
마히토 전학오자마자 아니꼬와하는 학생들이랑 그 밭일하는데 실랑이 있던 거 너무 기분이 이상한데... 왜냐면 왜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안하고 밭일을 하겠냐고 밭일 할 건장한 성인은 전부 전장에 갔으니까
학교에 있는 애들의 부모는 마히토같은 갑부 아버지가 아닌 이상 전부 전장에 있거나 마히토 아버지네 공장에 있을거임
(그리고 작중에 (과거) 탑 공사하다 사고 나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묘사가 있음을 생각해보면 노동환경 굉장히 열악했을거고 산재도 많았을거임)
그래도 학생들이 굶어죽을 수는 없으니까 학교에선 공부 안 하고 밭일을 배우는 거고
마히토가 제 머리를 돌로 찧었으면서 누가 때린 게 아니라 혼자 넘어졌다고 한 것도 그 지점에 대한 죄책감이라고 생각함... 자기랑 사정이 달라서 자길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애들을 보고있기가 싫었던거임
그런데 아버지는 아들 꼬라지 보곤 오히려 학교에 거금을 선뜻 기부하고 어차피 학교에서 공부도 안 하고 일만 시키니까 학교 가지 말라고 함
마히토가 괴로운 원인을 진짜 하나도 이해 못 해주고 있음... 마히토는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 때문에 학교에 있기가 괴로운 건데 아버지가 그 돈으로 마히토한테 특권을 달라고 학교에 부탁을 하는거임 ㄱㅡ
마찬가지로 처음 통조림이 가득 든 가방 보면서도 기분 ㄹㅇ 이상했는데 전쟁중엔 먹을 게 귀하니까 보관이 용이하고 유통기한 긴 통조림은 군 장교 간부만 몇 개 가지고 있는 ㅈㄴㅈㄴ 권력의 상징이라서....
돈 많고 자동차 있고 통조림 많고 그걸 보통은 아 나 살기편하다 하고 바깥에 눈길 안 주고 지들만의 온실에서 살 수 있는데(아버지가 이렇고 아마 마히토도 엄마 죽기 전까진 대가리 꽃밭이었을거임)
아빠는 군수물자를 만드는데 엄마가 바로 그 군수물자 때문에 죽었다는 걸 깨달아버려서 본인의 위치를 벌써부터 깨달아버린 ㄱㅡ
그것도 그냥 엄마가 폭격으로 죽었다. 이 소식 듣기만 한게 아니잖아 화재진압하먼서 힘겨워하는 소방수를 보고 비명소리를 듣고 뜨거운 열기를 눈앞에서 느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