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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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3.0] 이브의 사과
2020.09.04

이브의 사과
Eve's Apple / La manzana de Eva
 
여성할례에 대한 다큐멘터리. 사실 말해서 나는 할례가 정확히 어떤 수술인지 잘 몰랐다. 어렸을 때 듣기로는 그냥 질 구멍을 막고 남성 삽입시 쾌락을 느끼도록 수술하는 거랬는데, 클리토리스를 잘라내고 음순을 봉합하고 찢는 것일 줄은.... 물론 그 대는 클리토리스라는 부위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도 했다. 클리토리스는 여성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장소인데, 다큐에 나오는 사람들 말로는 이 부위를 잘라야 여성이 성적으로 문란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할례받지 않은 여성은 사회적으로 매장되다시피 하는데, 문제는 할례를 받은 사람들은 비위생적인 수술 환경으로 합병증을 얻어 사망하거나, 수술 이후 소변을 누거나 월경을 하는 데 통증을 얻기도 하고, 생식기가 수술되었기 때문에 그 상처로 정액이 다 흘러나와 불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불임인 여성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남편은 다른 아내를 찾게 된다.
 
할례를 받고 첫 관계를 할 때, 당연히 첫 관계는 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면 수술로 봉합되어 있으니까... 잠자리에 준비되어있는 사람이 봉합부위를 자르고 난 뒤에야 관계를 할 수 있다. 할례받지 않은 여성을 문란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보아하니, 처녀막에 집착하는 것과 이유가 별반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아무튼 끔찍한 내용은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린아이들은 할례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린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만, 할례를 받고 나서-그러니까 결혼할 준비가 다 되고 나서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할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이미 할례를 경험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그걸 이야기할 수도 없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단절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50-60대 남성에게 소나 염소같은 가축을 예물로 받고 10대 어린아이들을 시집보낸다니....
 
그나저나 왜 이름이 이브의 사과일까? 성경에 나오는 원죄 때문일까? 여성할례라는 관습도 끔찍하지만 여성할례를 시키고, 실행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다큐멘터리는 그런 여성들의 모습이 가부장제로부터 그들 자신을 지키려는 발악이라 하였다. 오늘날은 여성할례의 비도덕적임을 고발하고 교육하며 할례가 사라져야 할 관습이라고 주장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나서 부끄러움과 수치를 느꼈듯이,성교육과 할례의 부적절성에 대해 배운다면 그것을 기피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니면 이 뿌리깊은 여성혐오의 역사와 종교계의 '이브가 아담을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었다'는 여성혐오의 역사가 맞닿아 있어서? 사과를 반으로 자른 단면이 여성기를 상징하는 것과 Adam's apple이라는 표현 때문에?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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