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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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4.5] 델마와 루이스
2023.01.03

 

델마와 루이스 

1991

11주차 영간펜
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네가 그놈이랑 춤추는 걸 수백명이 봤는데 세상 사람들이 네가 강간당할 뻔 했다는 말을 믿어줄 것 같아?”

모든 여성들의 공포는 여기서 시작된다. 감자탕을 덜어준 것은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뜻이고, 같이 춤추고 같이 길을 걷는 것은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뜻이니까.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려는 호의는 남성에게 성을 내주기 위함이라고 멋대로 해석당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해방을 향해.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성에 대한 공포로 시작한 영화는 남성에 대한 보복으로 변해간다. 뒤쫓아오던 경찰을 트렁크에 가두고 옆 차선에서 성희롱을 일삼던 운전사의 트럭을 터트린다. 무력했던, 아니 최소한 남성들이 보기에는 쥐뿔 위협도 되지 않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이 두 사람의 변화를 영화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미친 것 같아.” “넌 원래 미쳐 있었어, 표현할 길이 없었을 뿐이지.”

둘은 변한 게 아니다. 공포와 억압을 피해 도망가다가 비로소 그 자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계속 달린다.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공포에 붙잡히지 않도록. 그래서 이 영화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아니라 허공 위를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으로 끝난다.

가장 아름다운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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