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2003
쓰레기페티시영화again
솔직히 영화 자체는 그냥 그랬는데요 20년 전 영화 특유의 화면 노이즈와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까진 선명하지 않은 상, 빈티지한 색감이 매력적이에요. 세월이 지나 잉크에 크랙이 생기고 캔버스의 색이 바랬듯이.
원래도 옛날 영화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이나 화면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유독 좋았던 이유는 영화와 소설의 모티브가 된 유명한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가 1600년대의 그림이기 때문이겠죠
우리가 아는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은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진 거니까요
아무튼 간에 몇백년 전 유화 그림의 특징은 세월이 갈수록 잉크가 갈라지는 크랙 현상이 있다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당시에는 질 좋은 카메라와 기술을 동반했을 이 작품이 2023년에 와서는 '화질이 구려 보이고. 색감이 빈티지하고. 예스럽다'고 받아들여지는 게 제법 아이러니하죠
20년 전 영화 특유의 빈티지함마저도 작품성의 일부로 느껴지고 마는데 저는 이 점이 특히 좋아요
스토리는 솔직히 별로임 이건 소설 작가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신상이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는 걸 이용해 완전 100% 창작해낸 소설이고 저는 꾸준하게 예술가와 여성 뮤즈라는 소재가 불호여서요
하녀 그리트(남친 있음)와 집주인 요하네스(아내 있음) 사이에서 미묘하고 다소 외설적인(작중 캐릭터의 표현임) 기류가 흐르고 있다. 는 것이 작품의 메인 플롯이고요 그래서 페티쉬적으로 묘사하는 점도 없잖아 있어요 제가 저녁쯤에 미쳐 날뛰던 '귀걸이를 선물하기 위해 귀 뚫어주는' 장면이라든지
예술가인 요하네스의 잉크를 만들기 위해 직접 으깨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그리트의 손을 잡고 같이 잉크를 으깨는 장면이라든지
저는 이 장면들이 정말정말 야릇하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하지만 진짜 몇 장면을 빼면 그닥,,, 잘 표현되지도 않은 것 같고..
이러나저러나 캐릭터성이 다소 잘 표현되지 않아서인가 싶어요
그리트는 시종일관 휘둘리며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하고
요하네스는 단순히 고용주라는 지위를 이용하는 관음증 환자처럼 굴고
아내는 예쁜 하녀를 질투하는 탐욕스러운 귀부인 스테레오타입이고
그리트 남친은 걍 비중이 없음
총평은 걍 ㄹㅇ 별로였는데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이 영화의...선명함?도 달라졌고+배덕하고 페티시적인 묘사가 있었어서 저는 꽤 즐겁게 봤으나 절대 추천은 못 하겠다 입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