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불
Bulbbul
2020
여아 조혼 이야기를 메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기 좀 힘들었어요
기껏해야 열 살 정도일 어린 여자애가 스무 살은 더 많아 보이는 부잣집에 팔려가는 거요...
인도 영화 치곤 1시간 30분이라는 파격적으로 짧은 러닝 타임 때문에 본 건데 아무튼
한국에서는 처녀귀신이 보편적이고 서구권에선 마녀가 보편적이라면 남아시아에선 츄렐이라는 여성형 괴물이 유명한데요 셋 다 혐오적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자의 원혼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아무튼 츄렐Churel은 나무를 타고 미녀로 둔갑해 젊은 남자의 생기를 뺏어먹는 노파 모습의 괴물로 시댁에 시달려 죽거나 임신/출산 중에 사망한 여자의 원혼이란 이야기가 있대요
팔려간 어린 소녀와 마녀 이야기라면 진짜 뻔하긴 한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이야기 나오는 것이 씁슬
보편적 가부장에 저항하는 마녀(귀찮으니까 마녀로 통칭함)는 남성에게는 공포와 토벌의 대상일지 몰라도 여자에게는 수호와 해방을 의미하는 여신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좋아요
여배우가 정말 아름답고 인도 영화답게 전통 의상이나 혼례식 같은 걸 자주 보여줘서 비주얼적으로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힌두 신앙에서의 여성 혐오적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좋아요
혼인한 여성의 두 번째 발가락에는 반지(비치야)가 반드시 끼워져 있다거나
집의 열쇠꾸러미는 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보통 조부) 사람이 관리한다던가
여자아이는 초경이 지나기 전에 시집을 보내야 한다던가(신랑은 30대인게 보편적)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불길에 뛰어들어 정절을 지키는 사티라든가
중간중간 칼리 여신의 이미지가 지나가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정말 재밌게 본 서스펜스물이었어요
영화가 너무 짧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