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2021
그 유명한 그린 나이트 드디어 보다. 영화연출 관련해서 많이들 이야기하길래 궁금했었는데!!!
이하 트위터에 올렸던 실시간 감상문.
항상 생각하는 건데 기사 가웨인은 웨일스에서 비교적 오래된 설화고 그렇다보니 기독교 체계에 통합되지 않은(비-기독교적인) 성향을 띠는 기사라고 생각하는데(이교도라고 표현하는 문헌도 많다고 하던) 그걸 의식한 건지 성탄 전야에 술을 푸지게 먹는 경건하지 못한 모습으로 묘사돼서 ㅋㅋ
아 영화 장면전환 스피디하고 직관적이라 좋네 ㅇㅇ
아무튼 녹색 기사 이야기는 대부분 용감무쌍 대담한 영웅의 모습으로 묘사되건만 영화에서는
어떻게든 명예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초짜 기사의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감정<을 극대화시켜서 정말 좋음 화면도 시종일관 칙칙
중간에 연극 보는 어린애들 보면 아시안이나 흑인이 섞여 있던데 브리저튼에서도 선보인 인종 블라인드 다양성 챙기는 영화겠거니… 오히려 좋아.
주인공 기사 가웨인 역할 배우가 데브 파텔(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인도계 영국인.)이라는 것 굉장히 상징적이면서도
이 영화는 ‘정통 영웅 설화’를 따르지 않는 느낌이라(딱 봐도 영화 초반 시퀀스의 가웨인은 방탕하고… 녹색기사 목 치는 장면은 잔뜩 긴장해 있고) 의도적으로 주인공 가웨인 역할에 백인을 캐스팅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랄지
대담무쌍한 백인 영웅 그만 나올 때도 되긴 했다만
아 배리 키오간 여기서도 ‘죽음이 만연한 땅에서 혼자서만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CG 비주얼의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초월적 뭔가같아서 기분 나쁜 소년’ 으로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
아 카메라 무빙 환상적이다 진짜
카메라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고 마지막 유해에서 멈춘 뒤 클로즈업함으로써 가웨인의 죽음 뒤 평온함을 보여주고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불안하고 두려운 현실로 돌아오는 거 굉장함 시계초침 소리로 긴박감 조성까지 가히 천재적
그러고보니까 몸을 지켜준다는 수호의 벨트 그거 초창기에 어머니(모르건르페이?) 한테 받고 바로 뺏긴뒤에 죽을고비를 계속 넘기는거잖아
…
가웨인 마지막에 죽는 걸로 영화 끝나면 어뜩하지,,,
음 녹색기사와의 대면 장면까지 봄
지금까지 가웨인경이 반기독교적인 인물상으로 표현되면서(성탄전야에 여자랑 술마심. 수호의 허리띠 얻겠다고 **함, 패드립듣고 쌈박질)
수호의 허리띠라면서 시작하자마자 뜯기고 죽을뻔하고 마법이니 신(기독교적인)이니 하는 걸 스스로 부정해온 느낌이었는데
모든 걸 포기하고 신이 어딨어 X발 하는 순간에 그 자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게 굉장히... (기독교적인) 신의 안배 같달지
뻘하게 가웨인경과 녹색기사 원전은 웨일스 민간신앙의 주인공이 기독교를 만나서 기독교도인 속성을 부여받게 되는 이야기라고 해석하는 말 어디서 봤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베풀어야 할 기사가 부탁 들어줄때 대가를 바라는 것도 길 알려준 사람을 귀찮아한 것도 돈없는 집안(으로 추측) 출신인 여자친구가 결혼하자는 말은 먹금했으면서 귀족 부인한테 (물건 얻겠다고)아부하기 위해 **까지 하는 장면까지 미치도록 영웅성이나 기사도 정신에 위배되는 게 좋아요ㅋㅋ
아니 ㅁㅊ 이거 연출 진짜 심각하게 좋네 하.... 할말이 많아진다
근데 "Now... Off with your head." 번역을 "네 목을 자르마." 라고 번역한거 좀 심심하네
Now... Off, with your head. 라서 "네 목을 가지고 돌아가라" 에 가까운 것 같은데
말장난이라 어쩔수 없는건 알지만 그래도 ㅠ
암튼 정말정말 훌륭한 영화예요
가웨인 경 이야기면서 의도적으로 주변인물을 부각하지 않는 것도 좋았음
아서 왕은 이름 없이 그냥 힘없는 노인으로 나오고
아서 왕의 검 하면 엑스칼리버인데 이것도 언급없고
모건르페이는 마녀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마법을 부린다기보단 패드립에 가까웠던 느낌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무래도 내용이 그 유명한 원탁의 기사 이야기면서 주인공은 영웅적이거나 기사도적이거나 종교에 신실한 면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달지
그치만 그것 때문에 엔딩의 그 장면이 너무 마음에 깊게 박힘
사실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 원전 이야기에서도 좋아하는 점은 대담무쌍한 영웅 주인공이 녹색 기사와의 재회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겁을 냈다'는 부분이었다.
[5.0] 그린 나이트 (2021)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