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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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3.5] 나의 올드 오크
2024.02.14

 

나의 올드 오크

The Old Oak

2023

 

올드 오크라는 이름의 펍 주인 'T.J. 발렌타인', 그 동네의 주민들, 그리고 시리아 난민들.

삶이 힘들면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해 분노한다. 약자 탓을 하고 약자에게 낙인을 찍는 게 더 쉽고, 내 위에 있는 체제와 불합리에 저항하는 건 힘드니까.

연대와 지지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그 연대와 지지를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광산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지지의 역사를 잊은 사람들이 쉬이 시리아 난민들에게 욕설과 모욕을 내뱉지만, TJ는 이 역사를 알고 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한국도 그렇지 않은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여러 원조를 받았던 가난한 나라가, 왜 다른 외국인 노동자를 비하하고 난민을 욕하는가? 

영국에게 침략당했던 아일랜드인의 후손이 노조 파업에 달갑잖은 시선을 보내고 노조 파업 생존자의 후손이 동네에 온 난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정말 뭘까?
그래서 천년 전 노역하던 게르만인들의 역사를 알고 노조 파업을 기록하던 미스터 발렌타인이 평범한 한 사람으로써 난민들과 밥 한 끼 먹겠다는 시도를 할 수 있던 게 아닐까.

when you eat together you stick together... 너무 아름다운 문장이었음 과거의 노조 파업에서 이 문장이 나왔다는 걸 기억했기 때문에 현재로 이어지는 것이고

발렌타인 씨 본인은 시리아 난민에게 호의적인 입장이었지만 정작 (혐오발언을 하는 백인)단골 고객들을 잃긴 싫어서 시리아 난민에게 쏟아지는 혐오발언에 적극적으로 면전에서 제지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정말 정말 평범한 사람 같아서 더 와닿았다.

 

참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발렌타인데이에 봐서 정말 다행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용기, 연대, 저항.

그리고...

마라 너무 사랑스러움...

 

 

ⓒ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