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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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4.5] 히라만디: 다이아몬드 시장
2024.05.09

히라만디: 다이아몬드 시장
Heeramandi: The Diamond Bazaar

정말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 한 화당 1시간 좀 안 되는 8부작 드라마다. 기대 이상으로 또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고 재밌고 훌륭해서... 정말 가히 폭력적인 미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배경은 영국령 시절 인도. 사창가 히라만디와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음모와 독립운동... 을 다룬다.
사창가라곤 하지만 히라만디의 타와이프들은 기생에 가깝다. 춤과 노래를 하는 예술가로 본인들이 예술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기생은 일제강점기 때 그 인식이 매춘부 정도로 격하되었는데 타와이프 역시 영국령 시절에 매춘부로 격하되었다는 듯하다.

사창가가 배경인지라 성적인 장면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폭력적인 장면도 독립운동가 고문 장면을 빼면 거의 없었다. 이 점에서부터 이미 호감 백퍼센트.

데브다스 때 어쩜 이리 색감도 배경도 여자도 아름다운 건지 이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잘 담아내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랬다. 정말로 폭력적인 미감이다. 휘몰아치는 아름다움 그 자체가 정말...
8시간 꽉꽉 채워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단 사명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틀림없다.

하여튼 히라만디는 실존 지명으로 파키스탄에 존재한다. 영국령일 때는 한 인도였으나 독립하면서 파키스탄과 인도 두 나라로 쪼개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인물들도 알라를 찾고 알라께 기도한다.

한 화 한 화 쫄깃하게 긴장 유발 잘 하면서도 전개가 시원시원하니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지막 화 나레이션. 조금 급하게 엔딩을 낸 감이 있었지만 나레이션을 보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다니. 달링스와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를 거쳐 히라만디까지.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성 의제에 대한 주제를 꾸준하게 내비쳐온 인도 영화들이 너무 좋다.
생각해 보면 데브다스도 그렇고 빈살리 감독은 창부촌 출신의, 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을 거역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사리 잘 되지 않는 여주인공의 고뇌와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일본이나 영국이나 본인들이 식민지 개발시켜줬다고 으스대는 건 정말 어디 학원에서 배워오는 건지. 인도 독립 만세다 이것들아. 마침 인도와 한국은 독립기념일도 같죠?(2년 차이지만)

ⓒ yunicorn